로마의 일부 항만 콘크리트는 물이 모두 말라서가 아니라, 석회와 반응성 화산재가 물이 있는 환경에서 결합재를 만들었기 때문에 수중에서도 굳을 수 있었습니다. 물을 단순히 제거해야 할 장애물로 보는 대신 반응에 관여하는 환경으로 보아야 합니다. 그러나 모든 로마 콘크리트의 재료·공법이 같았거나, 바닷물에 닿으면 어떤 혼합물도 강해진다는 뜻은 아닙니다.
비트루비우스의 관찰과 설명을 따로 읽기
비트루비우스 《건축십서》 II.6은 바이아이와 베수비오 주변의 특별한 가루를 석회·돌조각과 섞으면 물속에서도 굳는다고 설명합니다. 이 대목은 특정 재료와 사용 환경을 연결한 문헌 증거입니다. ‘어디서나 구한 모래에 바닷물만 부으면 된다’는 설명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어지는 원인 설명은 땅속의 열과 화산성 환경에 관한 당시의 자연관을 따릅니다. 수중에서 굳는다는 관찰을 받아들인다고 해서 그 원인 해석까지 현대 화학과 같다고 할 필요는 없습니다. 거꾸로 옛 설명의 일부가 낯설다고 관찰 자체를 무가치하게 볼 이유도 없습니다. 관찰한 현상과 현상을 설명한 이론을 분리하는 것이 첫 번째 독해입니다.
돌조각 자체보다 돌조각 사이를 보세요
콘크리트에는 비교적 큰 돌조각인 골재와 그 사이를 이어 주는 결합재가 있습니다. 화산재는 단순히 빈 공간을 채우는 가루로만 작용하는 것이 아닙니다. 반응할 수 있는 규소·알루미늄 성분이 석회에서 온 칼슘, 물과 함께 결합재를 형성하는 데 관여합니다. 이런 성질을 보이는 재료를 포졸란이라고 부르며, 같은 화산재라는 이름만으로 반응성이 모두 같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버클리대학교의 2013년 연구 소개는 로마 해양 콘크리트 시료에서 돌조각을 붙드는 칼슘·알루미늄·규산염 수화물 계열의 결합재를 설명합니다. 긴 이름을 외우기보다, 물과 함께 반응한 결과가 입자 사이의 연결을 만든다는 점에 주목하면 됩니다. 이는 바닷물이 빠져나가면서 가루가 서로 눌어붙었다는 설명과 다릅니다.
‘굳었다면 물은 어디로 갔을까?’라는 질문에는 물이 모두 같은 상태에 있지 않다고 답해야 합니다. 일부는 수화물 형성에 관여하고 일부는 빈틈에 남거나 외부와 오갈 수 있습니다. 재료가 힘을 버티는 고체 연결을 얻는 것과 내부의 물을 전부 잃는 것은 다른 일입니다. 그림에서도 파란 공간을 모두 지우지 않은 이유입니다.
비트루비우스가 남긴 수중 공사 배합
비트루비우스는 《건축십서》 5권 12장의 항만 공사 대목에서 실제 배합 비율도 적었습니다. 쿠마이에서 미네르바 곶에 이르는 지역의 가루를 석회와 2 대 1로 섞고, 참나무 말뚝을 사슬로 묶어 물속에 박은 틀 안에 돌과 함께 채워 넣는다는 설명입니다.
| 문헌에서 확인되는 것 | 오늘날 숫자로 바꾸면 | 문헌만으로는 알 수 없는 것 |
|---|---|---|
| 가루 2 : 석회 1 | 결합재의 약 67%가 화산재, 33%가 석회 | 부피 기준인지 무게 기준인지 |
| 참나무 말뚝을 사슬로 묶은 틀 | 물속에 거푸집을 먼저 세우는 공법 | 틀 안의 물을 빼냈는지, 물속에 그대로 부었는지는 공사마다 달랐을 수 있음 |
| 특정 지역의 가루를 지목 | 아무 화산재나 같은 효과를 낸다는 뜻이 아님 | 같은 지역 안에서도 품질 차이 |
2 대 1이라는 비율은 앞에서 본 포졸란 반응과 잘 맞는 방향입니다. 석회보다 반응성 가루가 많아야 석회의 칼슘이 화산재의 규소·알루미늄과 결합할 기회가 충분해지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것은 현대의 설명을 비율에 덧붙여 읽은 것이며, 비트루비우스가 같은 이유로 비율을 정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물속에서 처음 굳는 것과 오래 버티는 것은 다릅니다
Jackson 등의 2017년 논문, 그림 5(PDF 5쪽)를 한 사례로 읽어 보겠습니다. 연구진은 포르투스 네로니스의 모르타르에서 알칼리 장석 입자가 일부 녹은 자리와 그 둘레를 분석했습니다. 그림 5a는 이미 굳은 결합재 안의 용해 흔적을, 5b의 X선 미세 회절 결과는 경계 부근의 스트래틀링가이트·알루미늄 토버모라이트·방해석을 구분합니다. 핵심은 광물 이름의 수가 아니라, 어떤 입자의 어느 자리에 무엇이 생겼는가입니다.
이 사례에서는 ‘이미 굳은 바탕 → 그 안의 입자가 일부 녹은 자리 → 경계 부근의 광물’이라는 공간 관계로 굳은 뒤에도 내부가 변했음을 읽을 수 있습니다. 반면 이 자료에는 처음 타설한 순간부터의 강도 측정 곡선이 없습니다. 따라서 ‘처음 물속에서 어떻게 굳었나’와 ‘굳은 뒤 어떤 반응이 이어졌나’를 같은 결과로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저에게 중요한 구분은 오래 남은 재료의 비밀을 한 단어로 정하는 일보다, 시료의 흔적이 답할 수 있는 시간대를 찾는 일입니다.
또 MIT의 2023년 연구팀 소개는 석회 덩어리와 균열 메움에 주목합니다. 연구팀은 고온 혼합을 적용한 현대 시험편에 균열을 만들고 물을 흘리는 시험에서 균열이 메워지고 물의 통과가 멎는 결과를 소개했습니다. 이 결과는 특정 재료와 조건의 시험이며, 모든 고대 항만이나 모든 크기의 균열이 저절로 복구된다는 보증이 아닙니다.
| 실제로 읽은 근거 | 답할 수 있는 범위와 남는 질문 |
|---|---|
| 《건축십서》 II.6의 특정 가루·석회·돌조각 설명 | 수중 경화에 관한 문헌 증언. 당시의 화산·열 설명이 현대의 반응 이론까지 입증하지는 않음. |
| 2017년 논문 그림 5의 포르투스 네로니스 시료 | 굳은 바탕 속 입자의 용해와 경계 광물을 대조. 최초 경화 시간이나 전체 구조물 수명을 직접 측정한 자료는 아님. |
| MIT가 소개한 2023년 현대 시험편의 균열·물 흐름 시험 | 주어진 시험편에서 균열 메움이 나타났는지 검토. 모든 고대 해양 콘크리트의 배합·균열 조건을 대표하지는 않음. |
‘바닷물이 비밀’이라는 한 문장이 놓치는 것
바닷물이라는 조건만 남기고 반응할 재료를 빼도 같은 결론이 나올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물은 필요한 성분을 공급하고 이동시키는 환경일 수 있지만, 무엇이 녹고 어떤 물질이 다시 생길지는 처음 들어간 재료와 주변 조건에 달려 있습니다. 따라서 물속에서 살아남은 시료를 보고 바닷물이 모든 콘크리트에 유익하다고 일반화할 수 없습니다.
남아 있는 구조물이 오래 버텼다는 사실도 모든 고대 구조물의 평균 수명을 알려 주지는 않습니다. 사라진 구조물, 다른 배합, 사용 중 받은 힘을 함께 비교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더 오래 남았다’와 ‘어떤 현대 구조물에도 더 좋은 재료다’ 사이에는 성능 조건이라는 빈칸이 있습니다.
물속에서도 굳는 까닭은 건조의 예외가 아니라 반응성 결합재의 성질에 있습니다. 여기서 장기 광물 변화와 균열 메움까지 살펴본 이유는 그것들을 초기 경화와 섞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로마 콘크리트의 비밀을 찾았다’는 설명을 만나면 재료·장소·관찰 시점을 먼저 확인해 보세요. 눈앞의 증거가 설명하는 범위를 좁힐수록, 왜 물속에서도 굳는지는 오히려 더 선명해집니다.
참고 자료
- Vitruvius, 《건축십서》 II.6 (Gwilt 영역): 포졸란과 수중 경화
- Vitruvius, 《건축십서》 V.12 (Gwilt 영역): 가루 2 대 석회 1, 참나무 말뚝 틀
- UC Berkeley, 2013년 로마 콘크리트 연구 소개: 해양 콘크리트의 결합재
- Jackson 외 (2017), American Mineralogist 102 (PDF): 포르투스 네로니스 시료의 광물 분석
- MIT News (2023): 석회 덩어리와 균열 메움 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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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공개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한 재료사 해설입니다. 배합 레시피나 시공 방법, 현대 구조물의 안전 판단을 안내하는 글이 아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