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성은 바뀐다: 세차운동으로 계산한 투반·북극성·직녀성의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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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성은 늘 북쪽 하늘 한자리에 있다”는 말은 지금 기준으로는 맞습니다. 2026년 현재 북극성(작은곰자리 알파, 폴라리스)은 하늘이 도는 중심인 천구의 북극에서 약 0.63°, 보름달 지름 한 개 남짓 떨어져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이 자리는 영원하지 않습니다. 이집트에서 피라미드를 쌓던 시대의 북극 근처에는 지금의 북극성이 아니라 용자리의 투반이 있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북극성이 바뀌는 이유를 정리하고, 지구 자전축의 장기 세차 모형으로 기원전 4000년부터 서기 16000년까지 일곱 개 별과 천구 북극 사이의 거리를 직접 계산해 보았습니다.

북극성이 바뀌는 이유: 자전축의 세차운동

지구의 자전축은 공전 궤도면에 대해 약 23.4° 기울어져 있습니다. 해와 달이 적도 부근의 불룩한 부분을 끌어당기기 때문에 이 축은 팽이가 쓰러지지 않고 머리를 돌리듯 천천히 원을 그립니다. 이것이 세차운동이고, 한 바퀴에 약 2만 6천 년이 걸립니다. 자전축이 가리키는 하늘의 점, 곧 천구의 북극도 별들 사이에서 반지름 약 23°의 원을 따라 이동합니다.

움직이는 속도를 계산해 보면 천구의 북극은 별들 사이를 100년에 약 0.56°씩 지나갑니다. 사람의 일생 동안에는 보름달 하나 정도밖에 움직이지 않으니 알아채기 어렵지만, 수천 년이면 북극 근처의 풍경이 완전히 바뀝니다. 이 현상을 처음 알아챈 사람은 기원전 2세기의 히파르코스로, 자신이 관측한 별의 위치를 150여 년 전의 기록과 비교해 별들이 한 방향으로 조금씩 밀려났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2만 년 동안 북극에 다가온 별들을 계산해 보니

계산에는 국제천문연맹의 천문 계산 라이브러리 ERFA에 들어 있는 장기 세차 모형(Vondrák 외, 2011)을 사용했습니다. 짧은 기간용 공식은 수천 년만 지나도 오차가 커지기 때문에 수만 년을 다룰 수 있는 모형을 골랐습니다. 별의 위치에는 고유운동, 곧 별 자체가 하늘에서 조금씩 움직이는 효과도 반영했습니다.

기원전 4000년부터 서기 16000년까지 투반, 코카브, 북극성, 에라이, 알데라민, 데네브, 직녀성이 차례로 천구 북극에 가까워졌다 멀어지는 각거리 변화를 나타낸 선그래프
천구 북극과 별 사이의 각거리. 곡선이 바닥에 가까울수록 그 시대의 북극성 후보가 됩니다.
별가장 가까워지는 해그때 북극과의 거리비고
투반(용자리 알파)기원전 2797년0.10°이집트 고왕국 시대의 북극 근처 별
코카브(작은곰자리 베타)기원전 1060년6.5°가장 가까울 때도 6°가 넘음
북극성(폴라리스)2102년0.46°2026년 현재 0.63°
에라이(케페우스자리 감마)4135년1.8°
알데라민(케페우스자리 알파)7539년1.9°
데네브(백조자리 알파)10202년7.5°
직녀성(베가, 거문고자리 알파)13595년5.7°1등성 가운데 가장 밝은 후보
정보호수 직접 계산(파이썬 pyerfa, 장기 세차 모형과 고유운동 반영). 기원전 연도는 역사 연도로 바꿔 표기.

검산을 위해 결과를 알려진 값과 비교했습니다. 지금의 북극성이 2100년 무렵 약 0.45°까지 다가간다는 계산은 여러 천문 자료에 나오는 값이고, 이번 계산(2102년, 0.46°)과 일치합니다. 투반이 기원전 2800년 무렵 북극에서 0.1° 안쪽까지 다가갔다는 결과도 흔히 인용되는 값과 같습니다.

직녀성은 조금 다릅니다. “약 1만 2천 년 뒤에는 직녀성이 북극성이 된다”는 설명이 많은데, 이번 계산에서는 13595년 무렵 가장 가까워지고 그때도 북극에서 5.7° 떨어져 있습니다. 직녀성은 고유운동이 큰 편이어서 1만 년 넘는 기간에는 별 자체의 이동이 1° 이상 쌓이고, 세차 모형에 따라서도 결과가 1~2° 달라집니다. 직녀성이 지금의 북극성처럼 북극 바로 옆에 오지는 않는다는 점은 여러 모형에서 공통입니다.

피라미드 시대와 고대 그리스·중국의 북극

쿠푸왕의 피라미드가 지어진 기원전 26세기 무렵을 계산하면 투반은 북극에서 약 1.3° 떨어져 있었습니다. 지금의 북극성보다 조금 멀지만 맨눈으로는 거의 움직이지 않는 별로 보였을 거리입니다. 고대 이집트 문헌에는 북쪽 하늘에서 지지 않는 별들을 ‘지지 않는 별’로 부르며 영원의 상징으로 여긴 표현이 남아 있습니다.

반대로 고대 그리스 시대에는 북극 바로 옆에 밝은 별이 없었습니다. 기원전 4세기의 탐험가 피테아스는 “북극에는 별이 없고, 근처의 별 세 개와 북극이 사각형을 이룬다”고 말했다고 히파르코스가 전합니다. 계산해 보면 기원전 320년 무렵 지금의 북극성은 북극에서 13.5°, 가장 가까운 밝은 별인 코카브도 7.4° 떨어져 있었습니다. 공자가 《논어》에서 덕치를 “북신(北辰)이 제자리에 있고 뭇별이 그를 향하는 것”에 비유한 기원전 6~5세기에도 사정은 비슷해, 북신은 특정한 밝은 별보다 하늘이 도는 중심 자리를 가리키는 말에 가까웠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시기지금의 북극성코카브투반
기원전 2560년 무렵(쿠푸왕)25.3°9.8°1.3°
기원전 500년 무렵(공자)14.5°7.1°12.8°
기원전 320년 무렵(피테아스)13.5°7.4°13.8°
서기 150년 무렵(프톨레마이오스)10.9°8.8°16.3°
서기 1000년6.2°11.8°20.7°
2026년0.63°16.0°25.8°
시대별 천구 북극과 세 별 사이의 거리. 정보호수 직접 계산.

표를 보면 지금의 북극성이 ‘북극성’ 노릇을 하게 된 것은 생각보다 최근 일입니다. 서기 1000년에도 북극에서 6° 넘게 떨어져 있었고, 북극 1° 안쪽으로 들어온 것은 1940년대이고, 계산상 2260년 무렵이면 다시 1° 밖으로 나갑니다. 별을 보고 길을 찾던 사람들이 시대마다 다른 기준을 써야 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계절과 달력에도 같은 효과가 있다

세차운동은 북극성만 바꾸지 않습니다. 자전축이 돌면 춘분점과 하지점도 별들 사이에서 함께 이동합니다. 그래서 시리우스가 새벽에 처음 보이는 날은 고대 이집트에서는 하지 무렵이었지만 지금은 하지보다 한 달 넘게 늦습니다. 계절을 기준으로 잰 1년이 별을 기준으로 잰 1년보다 약 20분 짧은 것도 같은 원인입니다.

계산 방법과 참고 자료

정보호수가 파이썬 pyerfa 2.0.1.5의 ltpequ 함수(장기 세차 모형)로 각 연도의 천구 북극 방향을 구하고, 같은 연도의 별 방향과의 각을 계산했습니다. 별의 J2000 위치와 고유운동·연주시차·시선속도는 히파르코스 위성 목록 값을 사용했고 pmsafe 함수로 각 연도의 위치를 구했습니다. 장동(18.6년 주기의 흔들림, 약 0.003°)은 무시했습니다. 기원전 연도는 천문학식 연도(0년=기원전 1년)로 계산한 뒤 역사 연도로 바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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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은 사람의 일생에서는 변하지 않는 것의 상징이지만, 기록이 수천 년 쌓이면 움직이는 하늘이 됩니다. 지금 우리가 쓰는 북극성도 2102년을 정점으로 다시 멀어지고, 약 2만 6천 년 뒤에야 비슷한 자리로 돌아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