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214년부터 212년까지 로마군이 시칠리아의 시라쿠사를 포위했을 때, 아르키메데스가 거울로 햇빛을 모아 로마 함선을 불태웠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과학 이야기에서 빠지지 않는 장면이지만 두 가지는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그런 기록이 언제부터 나타나는가, 그리고 물리적으로 가능한가입니다.
이 글에서는 먼저 고대 기록을 시대순으로 정리하고, 2005년 MIT 실험 결과를 기준으로 삼아 거리에 따라 거울이 몇 장 필요한지 직접 계산해 보았습니다.
시라쿠사 공방전을 기록한 역사가들은 거울을 말하지 않는다
공방전을 자세히 다룬 가장 이른 기록은 기원전 2세기 폴리비오스의 《역사》 8권입니다. 이어 기원전 1세기 말 리비우스, 서기 100년 무렵 플루타르코스의 《마르켈루스 전》 14~17장이 같은 장면을 전합니다. 이들은 성벽 위의 투석기, 배를 들어 올려 떨어뜨린 갈고리 장치처럼 지렛대와 도르래를 이용한 기계를 상세히 묘사하지만 거울이나 햇빛으로 불을 붙였다는 말은 하지 않습니다.
| 저자 | 시기 | 내용 |
|---|---|---|
| 폴리비오스, 리비우스, 플루타르코스 | 기원전 2세기~서기 2세기 초 | 투석기·갈고리 장치를 자세히 기록, 거울 언급 없음 |
| 루키아노스 | 서기 2세기 | 아르키메데스가 기술로 적의 배를 불태웠다고 언급, 거울이라는 말은 없음 |
| 갈레노스 | 서기 2세기 | 불붙이는 장치(pyreia)로 적선을 태웠다고 언급 |
| 트랄레스의 안테미오스 | 서기 6세기 | 불붙이는 거울에 관한 저술에서 아르키메데스의 거울을 전제로 재구성 시도 |
| 조나라스(디오 인용) | 12세기 | 거울을 해 쪽으로 기울여 빛을 모아 함대를 태웠다고 서술 |
| 체체스 | 12세기 | 육각형 거울 둘레에 작은 사각 거울을 경첩으로 이어 붙여 활 사정거리의 배를 태웠다고 서술 |
정리하면, 불로 배를 태웠다는 언급은 공방전 후 350~400년이 지나서야 나타납니다. 거울이 무기로 등장하는 것은 약 700년 뒤인 6세기 안테미오스부터이고, 거울의 모양과 쓰는 법까지 묘사되는 것은 1,300년 넘게 지난 12세기 비잔틴 저술입니다. 이 시차 때문에 많은 역사가들은 이 이야기를 후대에 덧붙은 전설로 봅니다. 그렇다고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뜻은 아니므로 계산은 따로 해 볼 만합니다.
현대 실험: 30m에서는 불이 붙었다
실험은 몇 차례 있었습니다. 1973년 그리스의 기술자 사카스는 그리스 해군 기지에서 가로세로 약 1.5×1m인 구리 코팅 거울 70장을 수병들이 들게 하고 약 50m 떨어진 배 모형을 겨냥했는데, 타르가 들어간 도료를 칠한 합판이 빠르게 불붙었습니다. 2005년 MIT 기계공학 수업 팀은 한 변 1피트(30.5cm)의 평면거울 127장으로 약 30m(100피트) 떨어진 참나무 판재 배 모형을 겨냥했습니다. 첫 시도는 옅은 구름 때문에 연기만 나고 실패했지만, 두 번째 시도에서 해가 구름 사이로 나온 뒤 10분이 되지 않아 불꽃이 일어 판자에 구멍이 났습니다.
반면 미국 방송 〈미스버스터즈〉는 2006년 같은 방식으로 실제 목선을 겨냥했을 때 그을음과 작은 불꽃 정도만 얻었고, 2010년에는 학생 500명이 약 120m 떨어진 돛을 겨냥했지만 발화 온도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실험 결과가 엇갈리는 핵심 변수는 거리와 거울의 수, 그리고 날씨였습니다.
거울 몇 장이 필요한지 계산해 보기
평면거울 하나는 빛을 모으지 못하고 방향만 바꿉니다. 그래서 여러 장의 거울이 한 점을 겨냥해 빛점을 겹쳐야 합니다. 그런데 해는 점이 아니라 지름 0.53°짜리 원반이므로 반사된 빛은 멀리 갈수록 퍼집니다. 거울 한 변을 s, 거리를 d라고 하면 빛점의 크기는 대략 s + 0.0093×d가 됩니다. 30m에서는 빛점 한 변이 약 0.59m, 150m에서는 약 1.7m로 커집니다.
이 모형에 MIT 실험 조건을 넣었습니다. 맑은 날 직달 일사량 900W/m², 유리 거울 반사율 0.85, 거울이 해와 목표 사이를 비스듬히 향해 생기는 손실 10%를 가정하면, 거울 127장이 보내는 빛은 약 8.1kW이고 0.59m 빛점에 모이면 1m²당 약 23kW가 됩니다. 같은 식으로 사카스 실험을 계산하면 약 25kW/m²로 비슷합니다. 나무는 이보다 약한 빛으로도 몇 시간을 쪼이면 불이 붙을 수 있지만, 실험처럼 몇 분 안에 불꽃을 얻으려면 이 정도 세기가 필요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MIT 실험의 23kW/m²를 기준으로 삼아, 거리마다 같은 세기를 얻는 데 필요한 거울 수를 계산했습니다.

| 거리 | 빛점 한 변 | 필요한 거울(반사율 0.85) | 필요한 거울(반사율 0.6) | 유리 거울 총면적 |
|---|---|---|---|---|
| 20m | 0.49m | 88장 | 125장 | 약 8m² |
| 30m | 0.59m | 125장 | 177장 | 약 12m² |
| 50m | 0.77m | 217장 | 308장 | 약 20m² |
| 100m | 1.23m | 559장 | 792장 | 약 52m² |
| 150m | 1.70m | 1,060장 | 1,501장 | 약 98m² |
| 200m | 2.16m | 1,719장 | 2,435장 | 약 160m² |
30m에서 125장이 나오는 것은 MIT 실험을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입니다. 중요한 것은 거리가 늘어날 때의 변화입니다. 빛점의 넓이가 거리의 제곱에 가깝게 커지므로 거리가 5배(30m→150m)가 되면 필요한 거울은 약 8.5배로 늘어납니다. 체체스의 기록처럼 활 사정거리, 대략 100~200m로 잡으면 유리 거울로도 560~1,700장, 고대에 쓸 수 있었던 청동 거울이라면 800~2,400장이 필요합니다. 거울을 크게 만들면 장수는 줄어도 필요한 총면적은 오히려 늘어납니다. 큰 거울은 빛점도 함께 키우기 때문입니다.
숫자보다 어려운 것은 조준과 시간이다
거울 수보다 더 까다로운 조건이 있습니다. 첫째는 조준입니다. 거울을 θ만큼 잘못 기울이면 반사광은 2θ만큼 빗나갑니다. 빛점이 자기 폭의 절반 이상 벗어나지 않으려면 100m에서는 거울 각도 오차가 0.18° 안쪽이어야 합니다. 둘째는 해의 움직임입니다. 해는 1분에 0.25°씩 움직이므로 고정된 거울의 빛점은 30m에서 1분에 약 13cm, 100m에서 약 44cm씩 미끄러집니다. 수백 명이 각자 거울을 계속 고쳐 잡아야 합니다.
셋째는 목표가 가만히 있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MIT 실험의 배는 지붕 위에 고정된 모형이었고, 불꽃이 날 때까지 몇 분 동안 같은 자리를 쪼였습니다. 실제 전투에서 배가 1노트(초속 약 0.5m)로만 움직여도 100m 거리의 빛점 폭 1.2m를 2~3초 만에 지나갑니다. 해의 방향도 맞아야 합니다. 평면거울은 해와 목표가 모두 거울 앞쪽에 있을 때만 빛을 보낼 수 있으므로, 바다 쪽을 향한 성벽이라면 해가 바다 쪽 하늘에 있는 시간에만 쓸 수 있습니다. MIT의 첫 시도처럼 옅은 구름만 끼어도 실패합니다.
결론적으로 계산은 “수백에서 천여 장의 잘 닦은 거울과 그만큼의 숙련된 사람, 맑은 날씨, 거의 멈춰 있는 목표”라는 조건이 모이면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쪽을 가리킵니다. 하지만 같은 사람과 시간으로 불화살이나 투석기를 쓰는 편이 훨씬 쉬웠을 것이고, 당대 기록이 거울을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실제로 쓰였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아르키메데스가 거울로 불을 붙이는 원리를 알았을 가능성과, 그것으로 함대를 불태웠다는 전승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계산 방법과 참고 자료
필요한 거울 수는 정보호수가 파이썬으로 계산했습니다. 거울 N장이 보내는 빛 N×ρ×I×cosθ×s²을 빛점 넓이 (s + 0.0093d)²로 나눈 값이 MIT 조건(N=127, d=30.5m)과 같아지는 N을 거리별로 구했습니다. 직달 일사량 I=900W/m², cosθ=0.9로 두었고, 모든 거울이 정확히 한 점을 겨냥한다고 가정했습니다. 빛점 안의 세기는 균일하다고 보았으므로 실제 중심부는 조금 더 강하고 가장자리는 약합니다.
- MIT 2.009, 「Archimedes Death Ray: Idea Feasibility Testing」(2005): 거울 127장, 30m, 참나무 판재, 두 차례 실험 결과
- 뉴욕대학교 쿠랑연구소 아르키메데스 자료, 체체스 《역사서(킬리아데스)》 2권 118~128행: 육각형 거울과 활 사정거리
- 같은 자료, 조나라스 《역사 개요》 9권 4장(디오 인용): 거울로 함대를 태웠다는 서술
- 플루타르코스, 《마르켈루스 전》(LacusCurtius, B. Perrin 영역): 14~17장, 시라쿠사 공방전의 기계들
- V. Babrauskas, 「Ignition of Wood」 발표 자료(PDF): 복사열 세기와 나무의 발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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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키메데스의 거울 이야기는 “가능한가”와 “있었는가”가 다른 질문이라는 점을 잘 보여 줍니다. 계산은 앞의 질문에 조건부로 답할 수 있지만, 뒤의 질문은 결국 기록이 답해야 합니다. 그리고 공방전을 직접 다룬 기록들은 거울 대신 지렛대와 도르래를 이야기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