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충지의 원주율 355/113: 분모 1만 6천까지 이보다 나은 분수가 없는 이유

목차

원주율을 분수로 적으라고 하면 대부분 22/7을 떠올립니다. 그런데 5세기 중국에는 이보다 훨씬 정확한 분수가 이미 있었습니다. 남조의 수학자이자 천문학자 조충지(429년에 태어나 500년 무렵 세상을 떠남)가 남긴 355/113입니다. 소수로 바꾸면 3.14159292…로, 실제 원주율과 소수점 아래 여섯째 자리까지 같습니다.

이 글에서는 조충지의 숫자가 어떤 기록으로 전하는지 원문으로 확인하고, 그가 썼을 것으로 추정되는 다각형 계산을 직접 따라가 보았습니다. 그리고 분모가 4만 이하인 모든 분수를 계산해 355/113이 얼마나 특별한 분수인지 확인했습니다.

《수서》 율력지에 남은 세 가지 숫자

조충지는 계산 방법을 《철술(綴術)》이라는 책에 정리했다고 하지만 이 책은 12세기 무렵 사라졌습니다. 그 결과만 7세기에 편찬된 《수서(隋書)》 율력지에 짧게 남아 있습니다. 해당 부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圓周盈數三丈一尺四寸一分五釐九毫二秒七忽,
朒數三丈一尺四寸一分五釐九毫二秒六忽,
正數在盈朒二限之間。
密率,圓徑一百一十三,圓周三百五十五。
約率,圓徑七,周二十二。

지름을 1장(丈)으로 잡았을 때 둘레의 ‘남는 수(盈數)’는 3장 1척 4촌 1분 5리 9호 2초 7홀, ‘모자란 수(朒數)’는 같은 자리에서 끝자리가 6홀이라는 뜻입니다. 길이 단위가 모두 10배씩 내려가므로 이는 3.1415927과 3.1415926이고, 참값은 그 두 한계 사이에 있다고 적었습니다. 이어서 정밀한 비율인 밀률(密率) 355/113과 간단한 비율인 약률(約率) 22/7을 함께 제시합니다.

기록분수·소수실제 원주율과의 차이
위 한계(盈數)3.1415927+0.00000005
아래 한계(朒數)3.1415926−0.00000005
밀률(密率)355/113 = 3.14159292…+0.00000027
약률(約率)22/7 = 3.14285714…+0.00126
정보호수 직접 계산(파이썬 mpmath 50자리)

흥미로운 점은 조충지가 하나의 값이 아니라 위아래 두 경계를 먼저 제시했다는 것입니다. 아르키메데스가 223/71과 22/7 사이로 원주율을 묶었듯이, 참값이 반드시 들어가는 범위를 보증하는 방식입니다. 다만 그 폭은 아르키메데스의 약 0.002에서 0.0000001로, 2만 배가량 좁아졌습니다.

유휘의 할원술로 24,576각형까지 계산해 보니

《철술》이 사라졌기 때문에 조충지가 정확히 어떻게 계산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연구자들은 대개 그보다 약 200년 앞선 유휘의 방법, 즉 263년 《구장산술》 주석에 나오는 할원술(割圓術)을 이어서 썼다고 봅니다. 원 안에 정육각형을 그리고 변을 반씩 쪼개 12각형, 24각형으로 늘려 가며 넓이를 구하는 방법입니다.

유휘는 여기에 한 가지 부등식을 덧붙였습니다. n각형의 넓이를 Sₙ이라 하면 원의 넓이는 S₂ₙ보다 크고 S₂ₙ + (S₂ₙ − Sₙ)보다 작다는 것입니다. 늘어난 넓이만큼을 한 번 더 더하면 원을 넘어선다는 뜻이어서, 내접다각형만으로 위아래 경계를 함께 얻을 수 있습니다. 반지름을 1로 놓고 이 계산을 파이썬 decimal 40자리로 다시 해 보았습니다. 원주율 값은 넣지 않고 제곱근만 반복해 계산했습니다.

변 길이를 구한 정다각형아래 한계(넓이)위 한계(유휘 부등식)조충지의 범위 안에 드는가
96각형3.141031953.14271370아니요 · 유휘가 3.14를 얻은 단계
1,536각형3.141590463.14159703아니요 · 3.1416을 얻는 단계
6,144각형3.141592523.14159293아니요
12,288각형3.141592623.14159272아래 한계만 들어감
24,576각형3.141592653.14159267예, 두 한계 모두
아래 한계는 변의 수가 두 배인 다각형의 넓이(유휘의 방식). 정보호수 직접 계산(파이썬 decimal 40자리).

결과를 보면 12,288각형까지는 위 한계가 3.1415927보다 커서 조충지의 기록을 보증하지 못합니다. 24,576각형의 변 길이까지 구해야 비로소 3.1415926과 3.1415927이라는 두 경계를 모두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는 조충지가 24,576각형까지 계산했으리라는 기존 추정과 같은 결론입니다.

계산의 양도 따져 볼 만합니다. 정육각형에서 24,576각형까지는 변을 12번 반으로 나눠야 하고, 한 번 나눌 때마다 제곱근을 두 번 구해야 합니다. 계산 막대로 9자리가 넘는 제곱근을 24번 연달아 구한 셈입니다. 중간 어디에서든 한 자리를 잘못 버리면 마지막 자리가 흔들리므로, 결과만큼 계산을 버티는 정밀함이 대단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유휘가 남긴 3.14와 3.1416(3927/1250)도 위 표의 같은 계산 경로 위에 있습니다. 3927/1250을 조충지의 값으로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원주율 근삿값 3, 22/7, 3.14, 3.1416, 355/113의 오차를 자릿수로 비교해 조충지의 355/113이 오차 0.00000027로 가장 정확함을 보여 주는 막대그래프
시대별 원주율 근삿값의 정확도. 막대가 길수록 오차가 작습니다.

355/113이 특별한 이유: 분모 4만까지 모든 분수와 비교

경계를 알았다고 해서 355/113이라는 분수가 저절로 나오지는 않습니다. 이 분수가 얼마나 좋은지 보려고 분모를 1부터 40,000까지 하나씩 늘리며, 각 분모에서 원주율에 가장 가까운 분수를 모두 계산했습니다. 그리고 그때까지 나온 분수 가운데 가장 정확한 것이 바뀌는 순간만 기록했습니다.

분모 1부터 40,000까지 가장 좋은 분수 근삿값의 정확도를 계단 모양으로 나타내 분모 113부터 16,603까지 355/113이 계속 최선임을 보여 주는 그래프
분모를 하나씩 늘려 가며 찾은 최선의 분수. 355/113 다음으로 더 나은 분수는 분모가 16,604에 이르러서야 나타납니다.

결과는 극적입니다. 22/7 다음에 조금씩 나아지던 분수는 333/106을 지나 355/113에서 한꺼번에 소수점 아래 6자리 정확도로 뛰어오릅니다. 그리고 그 뒤로 분모가 16,603이 될 때까지 355/113보다 원주율에 가까운 분수가 하나도 없습니다. 분모가 16,604인 52163/16604가 처음으로 이기지만, 오차는 0.0000002668에서 0.0000002662로 겨우 0.2%만 줄어듭니다.

이 현상은 원주율을 연분수로 쓰면 설명됩니다. 원주율은 3 + 1/(7 + 1/(15 + 1/(1 + 1/(292 + …))))로 전개되는데, 다섯 번째 자리에 유난히 큰 292가 나옵니다. 연분수에서 큰 수가 나온다는 것은 바로 앞에서 끊은 분수가 다음 단계까지 아주 오래 버틴다는 뜻이고, 그 앞에서 끊은 분수가 355/113입니다. 지름 1km인 원의 둘레를 355/113으로 계산하면 오차가 0.27mm에 불과합니다.

조충지가 연분수를 썼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3/1과 22/7을 가중해 (3 + 22×16)/(1 + 7×16) = 355/113을 만드는 방식, 곧 당시 역법 계산에 쓰이던 조일법(調日法) 같은 절차로 얻었으리라는 추정이 있지만 어디까지나 추정입니다. 유럽에서는 16세기 말 네덜란드의 아드리안 안토니스존 무렵에야 같은 분수가 다시 나타나므로, 약 1,000년 넘게 앞선 셈입니다.

계산 방법과 참고 자료

다각형 경계는 정보호수가 파이썬 decimal(40자리)로 정육각형의 변 1에서 출발해 반각 공식 s₂ₙ = √(2 − √(4 − sₙ²))를 반복해 구했습니다. 분수 비교와 오차는 mpmath(50자리)로 계산했고, 원주율 상수는 오차를 잴 때만 비교용으로 썼습니다.


같이 읽으면 좋은 글

조충지의 기록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355/113이라는 숫자보다 그 앞에 놓인 두 경계입니다. 먼저 참값이 들어갈 범위를 계산으로 보증하고, 그다음 실제로 쓰기 좋은 분수를 골랐습니다. 정확한 값과 쓰기 좋은 값을 구분해 둔 태도가 1,500년이 지난 지금 봐도 정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