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후대의 클레오메데스가 전하는 계산에서 핵심은 한 도시에서 잰 태양의 각도가 지구 중심에서 본 두 도시 사이의 각도와 같다고 놓는 것입니다. 시에네와 알렉산드리아 사이가 5,000스타디온이고, 그 각도가 원의 1/50이라면 두 도시 사이 거리는 지구 한 바퀴의 1/50입니다. 따라서 지구 둘레는 5,000 × 50 = 250,000스타디온이 됩니다.
하지만 가장 먼저 붙여야 할 한계가 있습니다. 에라토스테네스 자신이 이 계산을 설명한 글은 남아 있지 않습니다. 우리가 흔히 배우는 그림자 계산은 몇 세기 뒤 클레오메데스가 요약해 전한 내용입니다. 게다가 다른 고대 자료에는 250,000이 아니라 252,000스타디온이라는 값도 전합니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정확히 몇 km를 맞혔는가”보다 어떤 관측값과 기하학을 연결했는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우리가 실제로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에라토스테네스의 지구 측정법은 그의 원문이 아니라 후대 기록을 통해 복원됩니다. 2015년 History of Science Society의 학술지 Isis에 실린 Carman과 Evans의 연구는 이 점을 분명히 합니다. 에라토스테네스의 설명 자체는 전하지 않지만, 클레오메데스가 비교적 자세한 요약을 남겼다는 것입니다.
클레오메데스가 전하는 계산은 네 가지 조건을 놓습니다.
- 시에네와 알렉산드리아가 같은 자오선 위에 있다고 본다.
- 하지 정오의 시에네에서는 태양이 머리 위에 있다고 본다.
- 같은 때 알렉산드리아에서 태양은 천정에서 원의 1/50만큼 벗어나 있다고 본다.
- 두 도시 사이 거리를 5,000스타디온으로 놓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네 조건을 오늘날의 정밀 측량 결과처럼 읽지 않는 것입니다. 이 조건들이 후대 기록 속 계산의 입력값입니다.
| 증거 층 | 확인되는 내용 | 그대로 말할 수 없는 것 |
|---|---|---|
| 에라토스테네스 자신의 측정서 | 저술이 존재했다는 후대 증언 | 원문의 정확한 계산 절차와 문장 |
| 클레오메데스의 후대 요약 | 1/50원, 5,000스타디온, 250,000스타디온 계산 | 에라토스테네스가 현장에서 무엇을 직접 측정했는지 전부 |
| 플리니우스 등 다른 고대 기록 | 252,000스타디온이라는 다른 전승 | 왜 2,000스타디온 차이가 생겼는지의 확정 원인 |
| 현대 연구 | 두 수치와 계산 구조에 대한 여러 해석 | 하나의 해석을 고대의 확정 사실로 바꾸는 것 |
왜 알렉산드리아의 그림자 각도가 지구 중심각과 연결될까요?
기하학의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태양이 지구에 비해 매우 멀리 있다고 놓으면 시에네와 알렉산드리아에 도달하는 햇빛은 거의 평행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둘째, 둥근 지구에서 각 도시의 ‘수직 아래’ 방향은 지구 중심을 향합니다. 따라서 시에네의 수직선과 알렉산드리아의 수직선은 서로 완전히 평행하지 않고, 지구 중심에서 각도를 이룹니다.
클레오메데스의 설명에서는 시에네의 수직선이 태양광과 나란하다고 놓습니다. 그러면 알렉산드리아의 수직선과 태양광 사이의 각도는 곧 두 도시의 수직선 사이 각도와 같아집니다. 평행선에 한 직선이 교차할 때 생기는 엇각 관계를 이용한 것입니다.
그래서 알렉산드리아에서 측정한 각도가 원의 1/50이라면 지구 중심에서 본 시에네-알렉산드리아 사이의 원호도 전체 원의 1/50이라고 연결할 수 있습니다.

계산은 의외로 짧습니다
원의 한 바퀴는 50개의 1/50원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 두 도시 사이 원호: 5,000스타디온
- 두 도시 사이 각도: 전체 원의 1/50
- 따라서 전체 둘레:
5,000 × 50
결과는 250,000스타디온입니다.
각도를 도 단위로 바꾸어도 같습니다. 360° ÷ 50 = 7.2°이므로 5,000 × 360 ÷ 7.2 = 250,000스타디온입니다.
이 계산의 독특한 점은 지구를 한 바퀴 돌 필요가 없다는 데 있습니다. 지표의 짧은 원호 하나와 그 원호가 차지하는 중심각을 알면 전체 원의 크기를 비례식으로 확대할 수 있습니다.
각도를 조금 다르게 읽으면 결과는 얼마나 바뀔까요?
다음 표는 두 도시 사이 거리를 5,000스타디온으로 고정하고, 각도만 7.0°·7.2°·7.4°로 바꾼 교육용 민감도 계산입니다. 고대의 실제 측정 오차가 ±0.2°였다는 뜻은 아닙니다.
| 가정한 각도 | 계산 | 지구 둘레 |
|---|---|---|
| 7.0° | 5,000 × 360 ÷ 7.0 | 약 257,143스타디온 |
| 7.2° | 5,000 × 360 ÷ 7.2 | 250,000스타디온 |
| 7.4° | 5,000 × 360 ÷ 7.4 | 약 243,243스타디온 |
7.2°를 기준으로 보면 7.0°일 때 결과는 약 2.86% 커지고, 7.4°일 때는 약 2.70% 작아집니다.
같은 지상 거리가 더 작은 각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 그 거리를 더 많이 이어 붙여야 한 바퀴가 되므로 전체 둘레가 커집니다. 반대로 같은 거리가 더 큰 각도에 해당하면 필요한 조각 수가 줄어 둘레도 작아집니다.
거리 5,000스타디온도 결과에 그대로 영향을 줍니다
각도를 7.2°로 고정하면 360 ÷ 7.2 = 50이므로 결과는 거리의 정확히 50배입니다.
| 두 도시 사이 거리 가정 | 계산된 지구 둘레 |
|---|---|
| 4,800스타디온 | 240,000스타디온 |
| 5,000스타디온 | 250,000스타디온 |
| 5,200스타디온 | 260,000스타디온 |
이것도 역사적 실제 거리의 범위를 뜻하는 표가 아닙니다. 입력값이 결과에 어떻게 전달되는지 확인하기 위한 검산입니다. 거리 입력이 4% 커지면 둘레도 4% 커지고, 4% 작아지면 둘레도 4% 작아집니다.
즉 이 방법의 신뢰도는 기하학 공식만이 아니라 각도와 지상 거리라는 두 입력값을 얼마나 잘 정했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그런데 왜 어떤 고대 자료에는 252,000스타디온이라고 적혀 있을까요?
여기서부터는 계산보다 기록 판별이 중요합니다.
Carman과 Evans의 정리에 따르면 클레오메데스와 필로포누스는 250,000스타디온을 전하지만, 플리니우스·비트루비우스·헤론·테온 등 여러 다른 고대 저자에게서는 252,000스타디온이 에라토스테네스의 값으로 전합니다. 고전 원문 데이터베이스 Perseus에서 확인할 수 있는 플리니우스의 Natural History도 252,000스타디온이라고 적습니다.
왜 두 값이 함께 전하는지는 단순히 “에라토스테네스가 반올림했다”라고 확정할 수 없습니다. 현대 학계에서는 입력값 수정, 계산 편의를 위한 조정, 태양의 유한한 거리를 고려한 상·하한 계산 등 여러 설명이 제안되어 왔습니다.
2015년 Carman과 Evans는 250,000을 태양을 사실상 무한히 멀다고 놓은 하한 계산, 252,000을 유한한 태양 거리를 고려한 상한 계산으로 해석하는 제안을 내놓았습니다. 흥미로운 설명이지만 현대 연구자의 재구성입니다. 따라서 이 글의 기본 계산은 클레오메데스가 명시적으로 전하는 250,000스타디온을 사용하고, 252,000은 별도의 고대 전승으로 구분합니다.
그렇다면 스타디온을 km로 바꾸면 얼마나 정확했을까요?
이 질문은 일부러 계산하지 않는 편이 더 정확합니다.
에라토스테네스가 사용한 스타디온을 현대 미터로 정확히 얼마라고 볼지에 대해 오랫동안 여러 해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영국 세인트앤드루스대학교의 수학사 아카이브 MacTutor도 이 문제를 명시적으로 지적하고, 최근의 Archive for History of Exact Sciences 연구 역시 알렉산드리아-시에네 5,000스타디온과 스타디온 단위 해석을 별도의 역사적 문제로 다룹니다.
따라서 특정 스타디온 길이 하나를 골라 250,000 × ○○m를 한 뒤 “현대값과 오차가 몇 %뿐이었다”고 쓰면, 그 정확도는 고대 계산 자체뿐 아니라 우리가 선택한 현대 환산값에 크게 좌우됩니다.
- 후대 전승의 입력값은 1/50원과 5,000스타디온입니다.
- 그 두 값을 비례식에 넣으면 250,000스타디온이 나옵니다.
- 현대 km 환산은 스타디온 길이에 관한 별도의 가정을 요구합니다.
핵심은 그림자가 아니라 ‘비율을 지구 전체로 확대하는 생각’입니다
에라토스테네스의 계산을 “막대의 그림자로 지구 크기를 쟀다”라고 한 문장으로 줄이면 중요한 부분이 빠집니다.
핵심은 한 지점의 각도 차이와 두 지점 사이의 지상 거리를 같은 원의 일부로 연결한 것입니다. 원의 1/50에 해당하는 거리가 5,000스타디온이라면 전체 원은 그 50배라는 비례 관계가 계산의 중심입니다.
동시에 역사적으로는 세 가지를 구분해야 합니다. 에라토스테네스의 원문은 남지 않았고, 우리가 아는 계산은 후대 클레오메데스의 요약이며, 다른 고대 저자들은 252,000스타디온이라는 다른 값도 전합니다.
그래서 이 사례가 보여 주는 가장 흥미로운 점은 “고대인이 현대값을 얼마나 정확히 맞혔는가”보다 제한된 관측과 거리 정보를 기하학으로 연결해 직접 볼 수 없는 지구 전체의 크기를 추론했다는 방법에 있습니다.
참고 자료
- Christián Carlos Carman & James Evans, “The Two Earths of Eratosthenes,” Isis 106(1), 2015
- Smithsonian National Museum of American History, “Measurement of the Earth (Eratosthenes)”
- University of St Andrews, MacTutor, “Eratosthenes”
- Pliny the Elder, Natural History, Book II, Perseus Digital Library
- “A common-sense approach to the problem of the itinerary stadion,” Archive for History of Exact Sciences, 20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