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의 우주와 자연

로마의 여름 한 시간은 76분, 겨울은 45분: 고대 해시계의 계절시 계산

목차 6
  1. 같은 열두 칸인데 한 칸의 길이가 달라집니다
  2. 이런 차이는 고대 문헌에도 나타납니다
  3. 해시계에 똑같은 간격으로 열두 줄만 그으면 될까요?
  4. 오늘날 해시계와 손목시계가 다른 이유는 또 있습니다
  5. 계산 방법과 참고 자료
  6. 같이 읽으면 좋은 글

낮을 열두 몫으로 나누는 시간법에서, 서기 1년 로마의 낮 한 시간은 하지에 약 76분, 동지에 약 45분이었습니다. 해시계가 느려졌다 빨라진 것이 아니라, 시간을 나누는 기준이 오늘날과 달랐던 것입니다. 다만 고대의 모든 해시계와 천문 계산이 이런 시간만 사용했다고 일반화해서는 안 됩니다.

같은 열두 칸인데 한 칸의 길이가 달라집니다

오늘날 우리는 길이가 일정한 시간 단위로 낮이 얼마나 긴지 잽니다. 반대로 일출부터 일몰까지를 먼저 하나의 구간으로 잡고 그 구간을 열두 등분할 수도 있습니다. 이를 여기서는 ‘계절시’라고 부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실제 도시에서는 한 시간이 몇 분이었을까요? 서기 1년(율리우스력)을 기준으로 네 도시의 해 뜨는 시각과 지는 시각을 천문 계산 프로그램으로 구하고, 그 사이를 12로 나눠 봤습니다. 비교를 위해 위도가 아테네와 비슷한 서울도 넣었습니다.

도시(북위)하지 낮 한 시간춘분 낮 한 시간동지 낮 한 시간여름과 겨울 차이
로마 (41.9°)76.4분60.7분45.5분30.9분
아테네 (38.0°)74.2분60.6분47.5분26.7분
알렉산드리아 (31.2°)71.1분60.6분50.5분20.6분
서울 (37.6°)74.0분60.6분47.7분26.3분
서기 1년의 하지·춘분·동지 날짜로 계산한 값. 해의 윗가장자리가 지평선에 닿는 순간을 해 뜸·해 짐으로 보고 표준 대기굴절을 넣었습니다.
서기 1년 로마와 알렉산드리아에서 낮을 12등분한 한 시간의 길이가 1년 동안 변하는 그래프
로마는 45.5~76.4분, 알렉산드리아는 50.5~71.1분 사이를 오갑니다. 북쪽 도시일수록 계절에 따른 차이가 큽니다.

로마의 하지와 동지는 모두 낮이 ‘열두 시간’이지만, 한 시간의 길이는 76.4분과 45.5분으로 약 1.68배 차이가 납니다. 같은 지중해 세계라도 남쪽의 알렉산드리아는 차이가 20.6분으로 줄어듭니다. 해가 높이 뜨는 저위도일수록 낮 길이가 계절에 덜 흔들리기 때문입니다. 60분짜리 시간을 세는 습관으로만 옛 기록을 읽으면, 같은 ‘세 번째 시간’이 도시와 계절에 따라 이만큼 다른 길이였다는 점을 놓치기 쉽습니다.

춘분의 한 시간이 정확히 60분이 아니라 60.6분으로 나온 것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해는 둥근 원반이고 지평선 근처에서는 대기가 빛을 휘게 하므로, 해의 윗가장자리 기준으로 보면 춘분에도 낮이 12시간보다 7~8분 깁니다. 해 뜨는 순간을 해의 중심으로 잡느냐 윗가장자리로 잡느냐에 따라 한 시간의 길이가 1분 안쪽에서 달라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같은 방식으로 밤도 별도로 열두 몫으로 나누면 낮이 긴 계절의 밤 한 시간은 짧아집니다. 같은 계산에서 로마의 밤 한 시간은 하지에 43.6분, 동지에 74.5분이었습니다. 이때 낮의 한 시간과 밤의 한 시간이 반드시 같을 필요도 없습니다. 하루를 균일한 스물네 칸으로 나누는 것과 다른 규칙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차이는 고대 문헌에도 나타납니다

비트루비우스는 《건축십서》9권에서 계절에 따라 날과 시간의 길이가 늘고 준다고 설명합니다. 시계의 시간 표시를 달에 맞게 조절하는 대목도 있습니다. 이는 당시의 ‘시간’을 모두 고정된 60분으로 바꾸어 읽어서는 안 된다는 근거입니다.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의 시간 단위 역사 해설도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시간과, 헬레니즘 천문학자들이 도입한 일정한 길이의 시간을 구분합니다. 자연의 구간을 나누는 시간법과 일정한 단위로 비교하는 시간법은 같은 시대를 설명할 때도 구별해야 합니다.

따라서 ‘고대의 한 시간은 몇 분인가?’에는 한 숫자로 답하기 어렵습니다. 어느 지역·계절인지, 낮의 시간인지 밤의 시간인지, 어떤 시간법을 사용한 기록인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해시계에 똑같은 간격으로 열두 줄만 그으면 될까요?

낮을 열두 몫으로 나눈다면 해시계 돌판에도 같은 간격으로 줄을 그으면 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시간 구간을 같은 비율로 나누는 것과 그림자의 이동 거리를 같은 간격으로 나누는 것은 다릅니다.

태양이 하늘에서 움직이는 방향을 평면이나 곡면에 그림자로 옮기면, 시간과 눈금 사이의 관계는 판의 모양·방향·설치 위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평평한 판에 세운 막대 그림자는 같은 시간 동안 항상 같은 거리를 움직이지 않습니다. 비트루비우스가 장소에 따라 해시계의 구성이 달라진다고 설명하는 이유도 이런 기하와 관련됩니다.

그러므로 계절시는 ‘늘어났다 줄어드는 자를 쓰는 것’에 비유할 수 있지만, 실제 해시계 눈금은 그 비유만으로 만들 수 없습니다. 날짜에 따른 태양의 경로와 그 경로가 눈금판에 만드는 그림자를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오늘날 해시계와 손목시계가 다른 이유는 또 있습니다

현대의 일정한 시간 단위로 눈금을 만든 해시계도 손목시계와 바로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문제를 고대 계절시와 섞으면 원인을 잘못 짚게 됩니다.

첫째는 장소입니다. 표준시를 공유하는 두 곳이라도 경도가 다르면 태양이 남중하는 순간이 다릅니다. 교육용으로 경도가 3도 다른 두 지점을 놓으면, 경도 1도당 약 4분의 관계에서 약 12분 차이가 납니다. 위도가 같고 같은 표준시를 쓴다고 가정하면 동쪽 지점에서 남중이 먼저 일어납니다.

둘째는 실제 태양의 움직임을 기준으로 한 시간과 평균적인 태양을 가정한 시간의 차이, 즉 균시차입니다. 그리니치 천문대의 해시계 교육 자료는 균시차 보정과 경도 보정을 별도 단계로 다룹니다. 따라서 두 시계가 어긋났다는 사실만으로 해시계가 고장 났다고 판단할 수 없습니다.

정리하면 계절시는 한 시간의 길이를 무엇으로 정하느냐의 문제입니다. 경도와 균시차는 태양을 따라 읽은 시각을 공통 시계와 어떻게 맞추느냐의 문제입니다. 고대 해시계를 이해하려면 정밀도부터 비교하기보다, 먼저 그 해시계가 어떤 시간을 표시하도록 만들어졌는지 물어야 합니다.

계산 방법과 참고 자료

위 표와 그래프는 정보호수가 직접 계산한 값입니다. 천문 계산 라이브러리 PyEphem 4.2.1로 서기 1년의 하지(율리우스력 6월 24일 무렵)·춘분·동지 날짜와 각 도시의 해 뜨고 지는 시각을 구했습니다. 해발고도와 주변 지형은 넣지 않았고, 지평선이 트인 평지를 가정했습니다. 산이나 건물이 동쪽을 가리면 실제 해시계가 그림자를 만드는 시간은 이보다 짧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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